혹시 ‘이 표지판’ 본 적 있는가? 알 수 없는 숫자들이 적힌 이 표지판은 고속도로를 주행하다 보면 흔히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평범해 보이는 표지판이 사고 발생 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 알고 있는가?
고속도로 표지판의 ‘진짜’ 용도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초보 운전’이라고 불리는 경력 2년 미만의 운전자나, 시내 운전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더욱 그렇다. 물론 우리에겐 친절한 내비게이션이 있지만, 고속도로는 그렇게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다. 고속도로는 언제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표지판 보는 방법을 알아두면 좋다. 오늘은 고속도로 표지판의 용도와 숨겨진 비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고속도로 표지판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보이는 알파벳 두개가 있는데 바로 ‘IC’와 ‘JC’이다. IC(InterChange)는 ‘나들목’을 뜻한다. 나들목은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지점이다. 쉽게 말하면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를 오갈 수 있는 출입로’로 고속도로로 진입하거나, 고속도로에서 나갈 때 사용된다.
JC(JunCtion)의 약자로 ‘분기점’이나 ‘JCT’라고도 불린다. ‘IC’가 일반도로와 고속도로를 오갈 수 있는 출입로라면, ‘JC’는 고속도로와 고속도로를 오갈 수 있는 출입로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다른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싶을 때 이용하면 된다.
(1) 표지판 속 숫자의 비밀
표지판의 모양은 도로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빨간색, 파란색 모양의 방패 모양은 고속도로를 가리키며, 자동차만 다닐 수 있는 전용도로임을 표시하는 용도이기도 하다.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국도는 파란색 타원형 모양이다. 그렇다면, 표지판 안의 숫자는 무엇을 가리킬까? 바로 ‘노선번호’이다.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엔 ‘전국 도로 안내책자’를 통해 길을 찾곤 했다. 노선번호는 어떤 기준으로 정해지며 의미는 무엇일까?
노선번호는 일정한 규칙에 따라 부여된다. 가장 먼저 ‘도로의 방향’이다. 남북으로 뻗은 길은 홀수, 동서로 이어진 길은 짝수라는 원칙이 있는데, 남북 방향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갈 수록 숫자가 커지고 동서 방향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오름 차순을 기준으로 노선번호를 부여한다.
또한 도로의 규모에 따라 자릿수가 달라진다. 가장 기본적인 ‘간선노선’에는 두 자리 숫자가 부여되는데 남북 방향은 끝자리에 ‘5’번을, 동서 방향은 ‘0’번을 붙인다. ‘보조노선’에도 두 자리 숫자가 주어지는데, 남북 방향은 끝자리에 1,3,7,9번이, 동서방향은 2,4,6,8번이 부여된다. 보조노선은 간선노선에서 나누어져서 주요 도시나 산업단지, 항만과 공항 등을 연결하며 2개 시,도 내외를 통과하는 노선이다.
간선노선 또는 보조노선에서 인근 도시나 항만, 공항 등을 잇는 짧은 고속도로인 ‘지선’에는 세자리 숫자가 부여된다. 앞 두 자리는 연관된 간선노선 또는 보조노선의 번호를 그대로 쓰고, 셋째 자리부터는 보조노선과 동일하다. 그렇다면 ‘순환도로’는 어떨까? 순환고속도로는 세 자리로 하되, 맨 앞에는 해당 도로가 있는 지역의 우편번호 첫 자리를 사용한다. 개편된 5자리 우편번호가 아닌, 옛날에 사용되던 6자리 우편번호이다.
물론 예외도 있다. 우리나라 국내 최초의 고속도로인 경부고속도로는 방향과 상관 없이 상징적인 의미로 ‘1번’이 부여됐다. 한 자리 숫자의 번호를 가진 고속도로는 경부고속도로가 유일하다.
(2) 표지판 색깔의 비밀
그렇다면 도로 표지판의 색깔도 정해져 있을까? 물론이다. 전국 도로망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표지판은 ‘녹색’이다. 녹색은 시각적 자극이 가장 덜한 색상이다. 빛 반사율이 높아서 자동차 라이트 사용 시에도 방해 받지 않는다.
청색 표지판은 시, 군 단위의 도심 지역에서 사용된다. 다만 특별시장, 특별 자치시장, 또는 광역시 시장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도로 표지는 녹색으로 지정할 수 있다. 휴게소, 하이패스, 보행인, 시설물, 긴급신고, 주차장, 자동차 전용도로 표지판 등에도 사용된다. 고속도로나 일반 국도의 경우에도 파란 표지판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고속도로에서 자주 보이는 ‘이 표지판’의 역할은 도대체 무엇일까? ‘기점 표지판’이라고 불리는 이 표지판은 고속도로가 시작되는 기점에서 현재 위치까지의 거리를 알려주는 표지판이다. 녹색 바탕의 숫자는 기점으로부터의 거리(km)이고, 아래 흰색 바탕의 숫자는 소수점 거리를 뜻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생각될 수도 있지만, 기점 표지판은 교통사고 또는 긴급상황 시 ‘나의 위치’를 알려주는 중요한 좌표이다. 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을 때, 경찰 또는 119, 보험사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경부고속도로에서 사고가 났는데 녹색 바탕에는 200이, 흰색 바탕에는 .6이 적혀 있다면, 경부고속도로 200.6km 지점에 있다고 설명하면 된다. 기점 표지판은 주행 방향 오른쪽에 200m마다 설치되어 있으니 참고하도록 하자.
지금까지 운전자도 잘 모르는 고속도로 표지판의 비밀을 알아보았다. 굉장히 단순한 규칙이지만, 고속도로 경험이 많은 운전자도 표지판의 ‘진짜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표지판 속 규칙을 알아두고 기억해둔다면 내비게이션이 고장 났거나, 급하게 목적지를 찾아야 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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