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 세계펜싱선수권
헝가리 꺾고 4연패
묵묵히 함께한 김정환
대한민국 펜싱의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남자 사브르 대표팀. 이번 카이로 세계펜싱선수권에서도 어김없이 한국 펜싱이 세계 최강임을 증명했는데, 단체전 결승에서 만난 헝가리(세계 2위)를 상대로 45-37로 승리를 거두며,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4연패를 이뤘다.
남자 사브르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정신적 지주’ 김정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2018년 한 차례 은퇴를 선언한 바 있지만, 2020 도쿄올림픽에서 현역으로 복귀하며,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의 신화를 써냈다. 무엇보다 불혹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김정환이다.
은퇴 후 찾아온 공허
다시 한번 일어나
2018 자카르타 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김정환은 이후 은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펜싱 대표팀은 노련한 김정환이 필요했고, 당시 대표팀에 있던 구본길의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김정환은 현역 복귀를 결정했다.
문제는 경기를 출전하지 않아 떨어진 김정환의 세계 랭킹이었다. 펜싱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국내, 세계 대회에서 4위 안에 들어야하는데, 김정환은 꾸준한 노력 끝에 7~8위까지 떨어졌던 랭킹을 3위까지 끌어 올리며, 올림픽 무대를 밟게 됐다.
40살에 맞이한
선수생활 전성기
2021년 김정환이 보여준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화려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 남자 사브르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는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이어 한국인 최초 3연속 올림픽 메달 획득이라는 위엄을 보여 준 것이다.
도쿄올림픽 후에도 자신의 기량을 어김없이 선보였다. 국가대표 선발대회에서 전체 1위를 차지한 것은 물론 지난해 11월 국제펜싱연맹 사브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인데, 지난달에는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 에서 쟁쟁한 후배들을 제치고 세계랭킹 1위라는 타이틀을 거머쥐며, 마흔 살이라는 나이에 선수생활 최고의 황금기를 맞이했다.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도전
은퇴를 한번 번복했던 김정환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다시 거취를 고민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9월 예정됐던 아시안게임이 내년으로 미뤄지면서 그의 거취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에 대해 김정환은 “도쿄올림픽때처럼 목표로 삼은 큰 무대가 자꾸 연기되고 있다. 이번에 있을 아시안게임에서 몸 상태를 살핀 후 파리까지 도전하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는 최강의 팀워크를 보여주고 있는 동료들이 원동력이 된 것인데, “완벽한 동료들과 다음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따고 싶은 건 당연하다. 몸이 허락하는 한 끝까지 도전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한국 남자 사브르 대표팀은 내년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다. 가장 꺼려지는 대상은 역시 홈팀인 중국인데, 지난 2022베이징올림픽처럼 경기 외적인 변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을 우려해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 김정환은 “예상할 수 없는 판정으로 쉽지 않을 것이지만, 충분히 이겨낼 수 있다. 한국 펜싱이 강하다는 것을 또 한 번 증명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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