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관악구 폭우로
일가족 3명 사망한 사건
비극 이전 일화 공개돼
지난 8일부터 연속적으로 서울 및 수도권에 쏟아진 폭우로 인해 사망 7명(서울 5명, 경기 2명), 실종 6명(서울 4명, 경기 2명), 부상 9명(경기)으로 집계되는 등 여러 피해 상황들이 속출하고 있다.
큰 규모의 피해가 발생하자 주요 외신 매체에서도 대한민국의 현황을 대거 보도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한 외신에도 ‘기록적인 폭우’라면서 “80년 만에 가장 심한 폭우가 한국의 수도를 강타했다. 일부 지역에선 시간당 141mm의 비가 내렸다. 이는 1942년 이후로 최대치에 해당한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기상청의 자동관측기상장비(AWS)는 전날 오후 8시 5분부터 1시간 동안 141.5mm의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이는 1942년 폭우 당시 강수량(118.6mm)보다 훨씬 뛰어넘는 수치다.
특히 지난 8일 서울 관악구 한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오후 9시 폭우로 인한 침수로 대피하지 못해 3명이 사망한 사건이 대중들로부터 안타까움을 샀다.
해당 사건의 사망자 2명은 40대, 1명은 13세로, 40대 여성 두 명은 자매 관계이며 13세 어린이는 이 자매 중 한 명의 딸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매 관계던 이들은 다운증후군이 있는 언니를 돌보기 위해 동생이 해당 주택에 같이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들을 구출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서 소방 관계자는 “신고받고 출동했지만, 골목에서부터 물이 허리까지 차 있던 상황이라 곧바로 진입할 수 없었다”라며 “오후 11시 30분쯤에야 들어가 사망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외신 BBC에 따르면 “오스카상을 받은 한국 영화 ‘기생충’에 나와 유명해진 거리 아래에 위치한 아파트 ‘반지하(banjiha)’에 살고 있었다”라며 한국어로 반지하라는 단어를 언급해 눈길을 끈다.
또한 반지하 주택 침수로 참변을 당했던 40대 여성이 친모에게 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을 당시 대화 내용이 공개되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당시 40대 여성 A씨가 밤 8시 37분에 전화를 걸었을 당시 “엄마, 물살에 (열려있던) 현관문이 닫혀버렸는데 수압 때문에 안 열려”라며 전화 너머로 울먹거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고.
이후 그는 친한 언니 김 모 씨에게 “119가 아예 안 받는다”라며 도움을 청했지만 같은 시간대 119는 약 500건 이상의 신고 접수가 몰리는 시간대였기에 신고 자체도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마지막 통화 내용에서도 김 씨가 “나도 여기서 (119에) 전화할 테니 너도 계속해라”라고 말하는 사이에 통화음은 지지직거리기 시작했고 “언니니니”하는 A씨의 목소리를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
이후 김 씨는 “119에 주소를 남겨놓았으니 기다려라”는 문자를 남겼지만 끝내 SNS에서 읽지 못한 상태인 ‘1’이 사라지지 않아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도 그 뒤론 받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안타까운 사고 소식에 이들이 해당 주택으로 보금자리를 택한 배경에 대해서도 조명되고 있다.
당시 병원에 입원해 피해를 면했다는 A씨의 친모 이 씨는 사고가 일어난 주택에 대해 “사용한 비닐봉지까지 씻어 다시 써가며 모은 돈으로 처음 장만한 집이었다”라며 “이사 올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라며 허망해했다.
이 씨에 따르면 도림천 근처 반지하는 저지대라 수해에 취약한 지역이었음에도 적은 돈으로 방 세 칸을 마련할 기회로 보였다고 밝혔다.
2010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이 씨 가족이 참변을 당했던 관악구 신림4동은 가구 중 22%가량이 반지하 주택에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폭우로 인한 피해에 취약한 반지하 가구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기생충’이 국제 영화제를 휩쓸자 국토교통부는 반지하 가구의 주거환경에 대한 전수 실태 조사를 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웠으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방문 조사가 어렵다는 명문으로 사실상 무산된 상태다.
이러한 코로나19 피해 예방을 위한 조치가 많은 위험에 노출된 반지하 가구들을 더 벼랑 끝에 내몰고 있는 것이 아닌지 고려해야 할 시점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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