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1명 불쾌한 면접 경험 있어…
이런 “농담”이 다 사회생활이니 재미로 받아 들여라
근로 계약 문제 통계로 살펴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채용 계획 인원이 전년 대비 8만 명 줄어든 가운데, 좁아진 취업 문을 통과하려 노력하고 있는 취준생은 여전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 과정의 필수 요소인 면접에서 취준생에게 입사와 관련 없는 질문들이 오가는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직장 갑질 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입사 과정에서 불쾌한 질문을 받았는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10명 중 1명이 ‘그렇다’ 라고 응답한 사실이 알려졌다. 지난해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이다.
면접 과정에서 받은 불쾌한 질문은 가족 관계, 집안 형편 등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애인의 여부와 성관계의 횟수 등 사적인 부분까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충격이다.
2021년 한 대안 학교 관계자가 취준생에게 사적으로 연락해 성희롱성 발언을 해 논란이 되었다. 면접을 본 당일 밤 취준생에게 걸려온 전화는 “성관계 대신 스킨십은 가능하냐”, “자위는 하느냐”, “케겔운동은 하느냐” 와 같은 성희롱의 의도가 가득한 질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관계자는 “희롱하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라고 시인했으나 대화의 전문이 밝혀져 관계자의 말은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위와 같은 불쾌한 면접의 경험 비율은 지역과 성별·연령·고용 형태와는 무관하게 고르게 11. 2% 로 나타났으나, 일용직 근로자의 경우 23.7% 로 2배 가까이 차이 났다.
A 씨는 “부모님과 집안 형편, 여자친구의 유무를 물어보고 그 여자친구와 성관계까지 했는지 질문했다. 면접관들은 이런 농담이 다 사회생활이다. 재미로 받아들여라.”라고 면접 자리에서 대화가 오갔다고 밝혔다.
지난해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악인 취재기 : 사기 공화국’ 에서는 지속적인 성적 희롱과 추행, 성관계 지시와 강요, 그리고 이를 불법적으로 촬영해 협박까지 한 끔찍한 ‘변태 회장’의 악행을 파헤쳤다. 그는 성인 용품 회사를 운영한다는 이유로 비상식적이고 불쾌한 성적 질문을 일삼았다.
이를 두고 네티즌들은 ‘이런 불쾌한 질문을 던지는 면접관이 변태 회장과 별다를 바 없다, 시대가 바뀌었는데 쌍팔년도 방식을 요구한다, 면접을 본 후 취준생들도 면접관 평가를 해야 한다’ 등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실제로 커뮤니티에 면접관의 질문을 어디까지 이해해야 하냐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고, 회사에 합격하기 위해서 그냥 참고 넘겼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회사 입사를 빌미로 무례한 질문까지 일삼는 면접관의 비율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불쾌함을 참고 입사를 한 이후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연봉이나 근로 계약의 형태가 입사 전 제안과 달랐다는 채용 사기 경험율이 17.4%로 산출됐다. 계약직으로 입사했으나 프리랜서, 업무 위탁 등 비근로 계약을 요구 받은 경우가 10.1% 정도로 드러났다.
위의 상황은 비교적 좋은 회사에 입사한 경우이다. 아예 근로 계약서를 받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은 경우는 16.8%, 작성했으나 교부받지 못한 경우는 11%로 드러났다.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구직자의 신체 조건· 출신 지역· 혼인 여부 · 직계존비속 개인정보 등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이 법은 30인 미만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직장 갑질 119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가 하루빨리 보완 입법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던 ‘위드유 서울직장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센터는 3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 지원 업무에 집중하며, 주요 업무는 성희롱 예방 시스템 구축을 위한 조직문화 컨설팅 · 찾아가는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지원 · 성평등 시민문화 확산사업을 시행했다. 이외에도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를 대상으로 법률전문가 선임 및 동행 서비스를 무료로 지원했으나 지난 5월 문을 닫았다. 서울시는 이후 민간 위탁 대신 직접 사업을 추진해 지원 대상을 확대하고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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