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추진 현황
유럽연합으로부터 조건부 승인
합병 시 세계 10위 수준으로 상승
대한항공은 수년째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숙원사업으로 두고 있다. 진전이 더딘 상황에서 최근 합병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최근 대한항공이 유럽연합(EU)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지난 13일 EU 집행위원회(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대해 ‘조건부 승인’을 발표했다.
지난달 말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된 기업결합 승인을 받은 뒤 약 2주 만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작업은 미국 경쟁 당국의 승인만을 남겨두게 됐다.
재계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시 세계 10위 수준의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 운송 통계 2020′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 여객 RPK(유상 여객 수에 운항 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18위, 아시아나항공은 32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기준 대한항공의 연결 매출액은 16조 원, 아시아나항공은 7조 6,000억 원(추정치)을 기록했다.
양사의 자산은 2022년 말 기준 대한항공이 28조 9,977억 원, 아시아나항공이 13조 4,553억 원으로 단순 합산하면 매출액이 23조 원대, 총자산은 42조 원을 웃도는 규모가 된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합병하려는 이유에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방어 목적도 언급된다.
인수합병 카드는 2019년 조양호 선대회장 사망 이후 불안했던 자신의 회장직을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등장했다.
조원태 회장은 부친에 이어 3대 한진그룹 회장에 올랐지만 그의 누나 조승연(개명 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분쟁에 휘말렸다.
조 전 부사장은 사모펀드 KCGI와 반도건설과 손잡으며 당시 지분율이 조 회장 측의 지분을 앞서기도 했다.
이후 조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을 추진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당시 막대한 부채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하자 산업은행의 매각 고심을 조 회장이 해결한 것이다.
산업은행은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조건으로 한진칼에 8, 000억 원 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조 회장 측은 지분 47.33%를 확보해, 조 전 부사장 측 지분 40.1%에 앞서며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
만일 합병이 불발되면 산업은행의 한진칼 투자 지분이 매각될 수 있고, 이는 결국 경영권 분쟁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아울러 올해 신년사에서도 조 회장은 “올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이 마무리될 것이다. 통합 항공사 출범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임직원 모두의 결집을 당부한다”며 “통합 항공사의 출범은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거대한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조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를 강력히 어필하며 경영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 온갖 힘을 쏟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더라도 당장 물리적 통합을 단행하지 않는다는 계획이라 밝혔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를 자회사로 편입하더라도 2년간은 각각의 독립회사처럼 운영하기로 했다.
많은 고객이 걱정하는 마일리지 부문에 대해선 “”통합 절차 기간 동안 다 못 쓴 아시아나항공 마일리지는 추후 협의를 거쳐 전환율을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국내 저가 항공, LCC 업계 지각변동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뒤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출범을 추진한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을 합해 한진칼→통합 FSC(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통합 LCC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어떤 방식으로 통합할 지 여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단 진에어가 아시아나항공이 보유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의 지분을 먼저 인수한 뒤 인력과 장비를 통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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