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인 척 하는 남자라고?” 프로축구팀에서 뛰던 트랜스젠더 축구선수 근황

스페인 성전환 축구선수
4년 만에 트랜스포비아로
은퇴 선언 충격

지난 30일 스페인 매체 마르카는 테레사에 뛰던 발렌티나 베르가 4년 만에 축구 선수 은퇴를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발렌티나 베르는 29세라는 젊은 나이에 은퇴를 결정해 많은 팬들의 그녀의 결정에 의문을 보냈는데, 과거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한 이력이 원인이었다. 베르는 스페인에서 알바 팔라시오스에 이어 두 번째 성전환 축구선수로, 자신의 SNS를 통해 “언론에서는 내가 진짜 여자가 아니라 ‘라커룸에서 여자인 척하는 남자’라고 표현했다”면서 은퇴 의사를 전했다.

최근 축구뿐만 아니라 여러 스포츠 분야에서 트랜스포비아에 대한 여론이 끊이지 않는다. 트랜스포비아는 성전환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것. 과연 성전환 선수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던
성전환 축구선수 베르

축구 선수로서 은퇴를 선언한 베르는 “훈련과 경기 후 공포와 불안감이 엄습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라며 “기관, 언론, 소통, 일반적인 것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 헌신하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성전환 여성에 대한 증오와 구조적 폭력을 4년 간 묵묵히 감내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베르는 한 매체에서 “성전환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학대는 길거리에서 당하는 폭행과 같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는데, ‘카데나 세르’에서는 다른 사람은 경험하지 않아도 될 정밀검사를 받아야 하는 등 많은 고통을 받았다고 전했다.

바뀐 성별로 당당하게
그라운드를 밟는 선수

연합뉴스

발렌티나 베르 외에도 바뀐 성별로 선수로 뛰고 있는 이들이 있다. 아르헨티나 마라 고메스는 성전환 후 2020년 여자 축구 1부 리그 비야산카를로스와 계약한 것. 그해 12월 연맹의 허가를 받아 정식으로 데뷔했다. 이에 고메스는 아르헨티나 프로축구에서 첫 성전환 축구선수가 됐다.

지난 2020 도쿄올림픽에는 올림픽 역사상 가장 먼저 경기를 뛴 성전환 축구선수가 있다. 캐나다 여자 축구 대표님의 레베카 퀸으로 자신의 SNS에 “올림픽에서 경기를 뛴 첫 커밍아웃한 성전환 선수가 나라니. 믿기지 않는다”라고 밝힌 데 이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전에 올림픽에 참여한 선수 중 세상의 편견 때문에 자신의 진짜 정체성을 드러내지 못한 선수가 있었을 사실에 슬프다”고 전했다.

한편 여전히 성전환 선수가 올림픽 같은 국제무대 출전에 반대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성전환을 했어도 운동선수였고, 여성으로 성전환 이들은 근육, 뼈, 키, 체중 등에서 생물학적 여성보다 우위에 있어 경쟁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차별을 금지하는 올림픽
어떤 조치를 취하고 있나

지난 2004년 올림픽위원회(IOC)는 성전환 후 올림픽 참가 허용 요건을 공개했다. IOC는 성전환 수술이 2년 이상 경과되고 호르몬 치료 역시 2년 이상 받아야 올림픽에 참가 가능하다고 전했는데, 2015년부터는 테스토스테론 혈중 수치 기준도 충족해야 출전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지난 2020 도쿄올림픽 이후 여성으로 성전환한 선수들에 대한 출전 기준 및 자격 규정이 강화되고 있다. 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역차별이 되고, 이로 인해 스포츠의 경쟁 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는 “공정하지 않다”라는 의견을 밝히기도 했는데, 다가올 2024 파리 올림픽은 성전환 선수에 대한 출전 기준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독일축구협회는 성전환 선수와 남녀 성별 구분에서 난 제3의 성을 가진 선수에 대해 남녀 팀 중 선택해서 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변경안을 발표했다. 독일은 2018년부터 개인 신분 증명에 여성, 남성, 다양함(diverse), 언급하지 않음(no reference) 등이 가능해진 것. 이에 독일축구협회는 “성별 기재 방식이 다양해진 만큼, 규정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