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영업사원 현실
대리운전, 대리결제 등 의사 챙기기
대리수술까지 맡아 사망사고 발생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가 파업에 나서면서 그동안 만연히 저질러 온 그들의 악행들이 재조명됐다.
폭언과 폭행, 성폭행 등 ‘사람 살리는’ 의사답지 않은 행동들이 쏟아져 나왔다. 피해 대상은 주로 환자와 간호사 등이었는데, 이들 못지 않게 피해를 입은 직군이 있었으니 바로 의료기기 및 제약회사 영업사원이었다.
지난 1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료기기 영업했었는데 인과응보라고 본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여기서 인과응보는 의사 파업에 되레 의사들을 비난하는 여론을 가리키는 것으로 추정됐다.
작성자 A씨는 “대리수술까지는 아니어지만 카톡으로 24시간 대기하고 심부름이랑 잡일 다했다”며 운을 뗐다. 그가 의사에게 당한 수모는 끝이 없었다.
새벽에 부르면 대리운전하러 택시타고 가 집 데려다주기, 세미나 가는 의사 미리 병원 앞에서 대기하다 픽업하기, 매주 세차 대신하기, KTX 대리 예매, 의사 가족 나들이에 운전기사 하기 등 노예에 가까운 일들이었다.
A씨는 “20대 후반(의사)부터 60대 다 똑같았다. 정도와 빈도의 차이일뿐”이라며 “제약회사, 의료기기 업체 여직원들 중에는 주기적으로 성상납하는 애들도 있다. 다 알지만 눈 감아준다”, “성상납 안해주면 거래 끊거나 다른 업체로 갈아타 실적 안 나와서 잘리거든”이라 폭로했다.
의료법상 의료인과 병원은 의료기기 업체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 영리 추구를 해서는 안 되는 비영리 법인이어서다.
그런데도 일부 의사들은 영업사원을 통해 부당한 이익을 취하고 있던 것. 실제로 영업사원의 대리수술 문제가 발생하곤 했다.
지난해 7월엔 부산의 한 유명 관절, 척추병원에서 의료기기 영업사원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폭로 과정에서 영업사원뿐만 아니라 간호조무사도 대리 수술에 동원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앞서 지난 2018년엔 부산의 한 정형외과에서는 의료기기 영업사원이 어깨 수술을 맡았다가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다른 정형외과 전문의는 의료기기 납품업체 직원에게 환자 무릎에 구멍을 뚫고 인공 인대를 넣도록 한 것이 적발됐다. 어느 신경외과 전문의는 영업사원에게 수술 부위 소독을 맡기기도 했다.
누리꾼들은 “나는 제약 쪽에 있었는데 진짜 노예이긴 해”, “의료기기 회사 회계감사 나가본 적 있는데 영업직은 진짜 의사 노예가 맞는 것 같다”, “저렇게 영업사원 부려먹고 의료기기 받고서는 제대로 돈 안 주는 의사들도 많다”, “의사 회식자리에서 대신 계산은 기본이라더라” 등의 반응을 보였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악행을 저지른 의사를 적발하더라도 형사 처벌이나 행정 처분 수위가 그리 높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3개월 정도 자격 정지되거나 드물게 면허 취소 처분을 받아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받을 수다.
한편 제약과 의료기기의 리베이트 관행은 꾸준히 지적되어 왔다.
가장 쉽게 이뤄지는 리베이트 방법은 의사들이 자사의 제품을 사용한 실적만큼 리베이트를 현금으로 건네는 것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매달 소모적으로 사용하는 의료기기 개수에 따라 영업사원이 은밀하게 현금으로 제공한다. 결제일도 대부분 일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지급 리베이트’ 방식도 있었다. 병원에서 의료기기를 외상으로 구입 후 리베이트로 확정된 금액에서 점차 차감해 나가는 방식이었다. 이는 간단한 서류 조작으로도 쉽게 만들 수 있어 감시망을 벗어나기 쉬운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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