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생명 단축 지름길
맨손 투구한 선수에
100달러 벌금 매겨
힘겹게 13연패를 끊어낸 삼성 라이온즈에게 더 큰 악재가 닥쳤다. 지난 23일 키움 히어로즈와 경기 중 삼성의 ‘에이스 투수’ 데이비드 뷰캐넌이 김준완의 땅볼 투구를 맨손으로 잡으려다 손가락 미세 골절 진단을 받았기 때문. 투수에게는 손이 무기인 만큼, 뷰캐넌은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최소 4번의 선발 기회를 잃었다.
맨손으로 타구를 잡는 행위는 야구를 시작하는 유소년 시절부터 절대하지 말아야하는 금기 사항으로 가르치고 있는데, 이번 사태에 대해 허삼영 삼성 감독은 “결국 안타 1개가 중요한 것이 아닌 뷰캐너가 던질 수 있는 것, 그리고 팀 에이스로서 역할이 크기 때문에 더 넓고 크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라고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자타공인 에이스
계속된 삼성의 불운
2020년에 삼성에 입단한 뷰캐넌은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와 평균자책점은 3점대를 기록했다. 올시즌에는 19경기 6승 7패 평균자책점 3.23으로 자타공인 삼성의 에이스를 보여주곤 했다. 하지만 뷰캐넌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삼성은 구단 역사상 최장 12연패를 기록하게 됐다.
이에 혼신을 다해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강한 승부욕으로 생각보다 몸이 앞서며 투수에게 생명과도 같은 손에 부상을 입었다. 허삼영 감독은 “연패 중이 아니었으면 뷰캐넌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며 “자신의 잔루 하나하나가 아쉽고 절실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만들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윤석민도 있었던
맨손 타구 버릇
투수가 타구를 맨손으로 잡는 행동은 선수 생명을 걸어야 할 만큼 위험 행동 중 하나다. 시간이 지날수록 타자들은 힘은 물론 기술이 향상되어 속도 역시 빨라졌기 때문이다. 미국 스포츠 매체에 따르면 “투수를 타격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 속도는 160km 이상”이라고 말하며 맨손 타구에 대해 경고한 바 있다.
그런데 2011년 KBO리그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윤석민(KIA 타이거즈)도 습관적으로 맨손 타구를 잡는 버릇이 있었다. 경기 중 투수로 향하는 타구를 할 때 글러브를 끼지 않은 채 공을 잡은 것인데, 당시 KIA의 감독이었던 선동열은 “맨손으로 공을 잡는 것이 자신도 모르게 습관이 된 것 같다. 나도 경험이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안다”며 야구 감독이 아닌 선배로서 충고를 전하기도 했다.
본인과 팀 모두에
손해를 주는 행동
2014년 더스틴 니퍼트는 두산 베어스 시절 KBO리그 역대 외국인 최다승(102승)을 기록한 투수다. 하지만 그 역시 타구를 맨손으로 잡으려는 버릇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송일수 전 감독은 “차라리 안타를 맞더라도 손은 절대 대지 말라”고 자칫 큰 부상을 입을까 당부하기도 했는데, NC 다이노스 김경문 전 감독의 경우 맨손으로 타구를 잡는 선수의 경각심을 깨우기 위한 ‘100달러 벌금’을 매기는 웃지 못할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한편 뷰캐넌이 다시 그라운드를 밟기까지 4주 정도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다만 복귀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데, 허삼영 감독은 “뷰캐넌이 통증을 느끼는 정도에 따라 복귀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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