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 나와 첫 사업 시작
연매출 500억 원 기업 창업
12년간 눈 마사기 시장서 활약
삶에 ‘도움이 되는’ 기술 개발이 목표

코로나19 장기화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간 오프라인이 주 무대였던 각종 문화 산업 역시 이젠 온라인으로 즐기는 시대가 됐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 결과,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지난 2월부터 스마트폰과 PC 사용 시간은 전년대비 이용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4월은 동기 대비 18시간 이상 급증한 결과를 보여줬다.
이처럼 스마트폰과 PC는 현대인들의 삶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생활 수단이자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화면을 응시하게 되면서 그만큼 우리 눈도 끊임없이 고통받고 있는 중이다. 실제로 스마트폰이 빠르게 보급되던 시기에 맞춰 전 연령대에 이르러 눈 관련 질병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그간 현대인들이 안일시 해왔던 눈 건강의 중요성을 미리 파악한 이가 있다. 눈 주위를 따뜻하게 찜질하는 마사지기로 피로에 지친 안구에 휴식을 선사했다. 벌써 12년째 눈 건강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아이비케어 권창민 대표를 만났다(https://bit.ly/37Czs4L).

◇ 지친 눈의 피로까지 풀어줘야 하는 시대
우리 눈은 보통 1분에 5~20회 정도를 깜빡인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보게 되면 이 횟수는 5회로 줄어든다. 이때 안구를 보호하는 눈물막이 과도하게 증발하게 되면서, 눈의 피로감이 극심해진다. 대표적인 눈 질환 중 하나인 안구건조증이 발병하기도 쉽다.
아이비케어의 온열 눈마사지기는 디지털 기기로 한껏 건조해진 눈을 촉촉하게 만들어주는 제품이다. 자기 전 마사지기를 눈에 씌우기만 하면 1분 내에 눈 주위로 따뜻함이 전해진다. 36~40 ˚C의 저온과 40~44 ˚C의 고온 두 가지의 온도 조절 프로그램으로 저온 화상을 입을 걱정도 덜하다. 자동 타이머가 내장되어 있어 깜빡 잊고 잠이 들어도 안심이다.

– 제품 개발 계기가 무엇인가
“눈마사지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습니다. 젊은 층은 학업과 스트레스로, 노년층은 건강 문제로 인해 눈마사지를 하는 것이 좋죠. 게다가 당시 국내에 존재하는 20여 개의 마사지기 중 국산 제품은 없었습니다. 특히 중국 제품은 공기압으로 주무르는 형태였기 때문에 원혈 자극도 덜했습니다. 제품이 쉽게 망가지기도 했고요. 그래서 MADE IN KOREA 제품이면서, 가격은 훨씬 저렴한 마사지기를 개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마사지도 물리적인 지압에서 벗어나 온열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언제 어디서든 눈마사지를 할 수 있도록 휴대성도 높였다. 눈에 씌운다는 점을 고려해 무게는 44g으로 줄이고, USB 충전기와 호환되게 만들었다. 덕분에 집뿐만 아니라 학교, 회사, 대중교통에서도 마사지를 즐기게 됐다. 실제로 회사 점심시간에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도 많은 편이다. 아직 정식 출시한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지만, 지난 12년간 눈마사지기로 쌓은 명성에 소비자들이 절로 찾아들었다. 벌써 온라인몰에서만 2,000개 정도를 판매한 상태다. 일본과 중국에 납품한 시제품도 반응이 긍정적이다.
◇ 인생의 절반가량을 기술자로 활동
권창민 대표는 베이비붐 세대다. 우리나라에 분 제조업 바람을 따라 부산기계공고에 입학해 일찍이 기술 개발에 눈을 떴다. 이후 대학에 진학해 설계에 대한 이론과 실습 실력까지 모두 갖추게 됐다. 그렇게 쌓은 기술력으로 중소기업에서 일하게 됐지만, 현장을 파악하기엔 조금 한계가 있었다.
“현재 SK 하이닉스의 전신, 현대전자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책임 연구원으로 지내며 기술 개발에 앞장섰습니다. 그런데 곧 IMF가 터졌습니다. 회사도 두 차례 분사하게 됐죠. 모두 연구소 직원들이었기에, 같이 힘을 모아 DVD 제조 업체를 공동 창업했습니다.”
첫 사업은 순항했다. 2013년 매출 500억 원을 달성하며 IPO 주관사로 선정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기쁨을 얼마 가지 못했다. 중국에서 제품을 대량으로 카피하면서 회사가 기술 경쟁력을 잃게 된 것. 모두 기술자다 보니 회사를 운영할 경영 능력이 부족했던 점도 실패를 가속화하는 원인이 됐다. 안타깝지만 정들었던 곳을 나와 새로운 둥지를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 이후 어떻게 지냈나
“제 전공은 기계공학이지만 현대전자에서는 전자 분야를 다뤘습니다. 이후 창업한 회사에서는 DVD를 개발하며 광학 분야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기계와 전자, 광학을 모두 알게 된 거죠. 이 경력을 살려 사업부장으로 활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회사 연혁이 꽤 오래되어서 그런지, 직원들 간의 융합이 잘되지 않았습니다. 초기 멤버들과 그 이후 영입된 직원들 간의 의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을 때가 부지기수였습니다.”

결국 직접 회사를 차리기로 결심했다. 거의 25년에 육박하는 시간을 기술자로 지내면서, 훌륭한 기술이 사람들을 편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신념을 갖게 됐다. 이젠 그 신념을 몸소 실천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2010년 아이쏠(아이비케어의 첫 사명)을 세워 눈마사지기 시장에 발을 담게 된다.
– 눈마사지에 주목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사업부장으로 지내면서 일본 엔지니어들과 인연이 닿게 되었습니다. 이때 알게 된 한 엔지니어에게 사업 고민을 털어놓던 중, 그분이 제게 ‘아이토레’라는 제품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반짝거리는 LED를 따라 시선을 움직이면서 안구를 운동하는 기기였죠. 마침 아이폰의 등장으로 국내에서도 스마트폰이 활성화되기 시작할 때라, 눈 운동의 중요성이 커질 거라 예감했습니다. 제가 본 제품은 너무 컸기 때문에 고글 타입으로 간편하면서도 운동 기능은 끌어올린 제품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 눈 관련 제품으로 각종 수상까지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고글 타입 눈 운동기구 ‘아이비케어’다. 국내 응용과학 권위자로 알려진 정진호 박사와 카이스트 출신 한의사 김선국 박사도 제품 개발에 참여했다. 눈 건강에 소극적이었던 국내 시장은 아이비케어의 등장으로 점차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아이비케어 역시 시장 선두주자로서 누적 판매 4만 대 이상을 기록하며, 권창민 대표의 기술력을 입증해냈다.
찜질 기능이 돋보이는 제품 역시 이미 5년 전 개발을 마쳤다. 2015년 출시된 냉온열 안경은 찜질에 눈 주위 지압·진동 마사지 기능을 탑재해 호평을 받았다. 같은 해 대한민국발명특허대전 동상을 수상한 제품이기도 하다. “냉온열 안경은 호불호가 갈리는 편이었습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제품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2018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온열 눈마사지기 개발에 돌입했다. 그는 얼굴 크기에 관계없이 ‘누구나’ 착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해답은 유연성이 확보된 고글 타입이었다. 눈에 착용하기 편하면서도, 얼굴 모양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면 남녀노소 사용 가능하다는 판단이 섰다.
– 제품 개발 과정이 궁금하다
“플렉시블한 고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1년 6개월간 온열 눈마사지기 개발에만 몰두했습니다. 완벽한 3D 디자인으로 눈에 딱 맞도록 설계함으로써 안구를 누르지 않고, 착용 시 거부감이 없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죠. 여기에 안쪽에 에어 공간을 만들어 수면 안대로도 이용하게끔 제작했습니다. 실제로 온열 눈마사지기는 기존 중국 제품과 달리, 온도 조절 소프트웨어가 내장되어 있어 보다 안전하게 찜질을 즐길 수 있습니다.”

그간 눈 건강 관련 제품을 제작하며 쌓은 노하우를 토대로, 전자파 안전 인증·전기 안전 확인과 같은 인증 제도도 한 번에 통과했다. 국산 제품의 우수한 품질을 인정받은 셈이다. 게다가 프로그램 제작부터 조립 모두 권창민 대표와 직원들이 함께하는 중이라 생산 원가도 저렴하다. 간혹 주문량을 따라가기 벅찰 때도 있다. 하지만 그는 “소비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좋은 제품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이 먼저다”라며, 힘들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노력을 알아준 듯, 벌써 시장에서 눈온열찜질기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아이비케어가 눈 관련 제품을 개발한 지 어느덧 12년이 되었습니다. 다양한 연구 성과와 수상 기록들은 저희가 이 분야의 선두주자라는 점을 입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소비자가 제품을 더욱 편리하고,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각종 제품을 개발할 예정인데요.
특히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하는 현대인들의 특성상 눈의 피로나 시력 저하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서 눈 건강 관련 의료기기 개발에도 관심을 갖고, 상품 기획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두 손을 사용하지 않는 고글 망원경, 눈 운동기기 업그레이드 등 수많은 제품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온열 눈마사지기 역시 내년 초 배터리가 내장된 새로운 버전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가지 조언이 있다면
“많은 이들에게 편리한 혜택을 주고자 하는 사명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아이비케어에 사업적으로 좋은 제안을 해주는 분들이 계신데요.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회사가 크게 성장할 수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저희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제가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이유를 잃어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인 거죠. 그러니 무조건 경제적인 측면을 쫓기보다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자’는 마음가짐으로 사업에 임하기를 당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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