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위든 도로 위든 사고가 날 뻔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외친다
“야, 눈을 어디다 두고 다녀?”
‘전방 주시’하지 않는 이들의 눈은 대부분 자신의 손바닥, 그 위에 스마트폰을 향해 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해, 가까이 접근하는 차량이나 사람을 피하지 못하고 오히려 그 자체로 거대한 장애물이 되어 도로 위 질서를 위협하는 존재,
비상! 스몸비가 등장했다
스몸비는 스마트폰과 좀비의 합성어로, 스마트폰 삼매경에 도로 위의 기본적인 질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좀비처럼 무작정 걸어 다니는 사람을 일컫는다. 스마트폰은 화면 안으로 시야를 가두어서 넓은 시야로 다양한 신호들을 인지해야 하는 도로 위에서는 절대 사용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는 운전 중 핸드폰 사용을 도로교통법으로 금지하고 있는데, 문제는 보행자들의 핸드폰 사용에 있어서는 딱히 규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스몸비족의 출연으로 운전자들도 보행자 과실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삼성화재 부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는 2014~2016년 보행 중 주의 분산 사고로 숨지거나 다친 1,791명 중 61.7%(1,105명)가 사고 당시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중에서도 스마트폰을 주시하고 조작하며 보행하는 경우에 부상자 사망자 수가 제일 높았다.
2020년 서울연구원이 15세 이상 남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9%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답했다. 보행 중 타인이 스마트폰을 사용해 불편을 겪은 적이 있다는 응답도 78.3%에 달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며 걷다 보면, 시야가 제한될 뿐 아니라, 걸음걸이와 대처 반응이 느려져 더 큰 사고로 이어진다. 또한, 대부분 이어폰과 스마트폰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자동차 경적소리나, 다른 경고 신호들을 듣지 못할 수 있다. 스몸비족의 등장이 보행자 교통사고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히자, 많은 공공기관들이 사고 대책 마련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스쿨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 요즘, 경기 용인시는 스쿨존 안에서 어린이들의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게 막는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실제로 용인시는 한 초등학교 스쿨존 1578m 구간의 가로등과 전신주에 와이파이와 데이터 등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단말기 60대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특수 단말기가 설치된 지역 내에서는 스마트폰의 활성화 기능이 강제로 종료되며 응급전화나 필수 기능만 사용할 수 있다.
용인시 외에도, 아산시, 구로구, 성동구 등에서 스쿨존 내의 ‘스마트폰 차단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충남 아산시는 어플을 이용해, 신호 구간에서는 신호를 감지하고 강제로 스마트폰 화면이 잠기는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있다. 초등학생의 스마트폰 보유율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들로 보인다.
스마트폰을 보느라 푹 떨군 시선 아래로 초록불이 들어온다. 전방을 주시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신호등인 셈이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겠지만 앞서 말한 통계가 보여주듯이 스몸비족이 10명 중 7명꼴로 나타나고 있어 ‘바닥 신호등’의 설치가 점차 확대되고 있다.
강남구에는 현재 횡단보도 138곳에 바닥 신호등이 설치됐다. 강동구도 지난해 54개소 횡단보도의 바닥 신호등 확대 설치에 이어 올해도 약 30개소에 추가 설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전국적으로도 어린이 보호 구역이나 지하철 역사 주변을 시작으로 바닥 신호등을 시범 설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닥 신호등은 전방 주시 미흡에 따른 교통사고 예방뿐 아니라, 보도에서 벗어나 차도에서 대기하는 일, 보행자의 오출발, 지연 출발 등의 안전사고 요인들을 방지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야간 도시 경관 개선 효과도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워싱턴과 서부 유타주의 유타벨리 대학은 교내에 ‘보행 중 스마트폰 전용도로’를 만들었다. 벨기에와 중국 충칭시도 비슷한 전용도로를 설치했다. 충칭시는 스마트폰 이용자만 다닐 수 있는 전용 도로를 만들어 자전거와 부딪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했다. 중국에서는 스몸비족을 ‘띠터우주(低頭族·머리 숙인 부족)’이라 부르기도 한다.
하와이 호놀룰루에서는 ‘산만한 보행 금지법’이라 불리는 보행 중 스마트 기기를 보면 벌금을 내는 법안을 발효했다. 반복적으로 적발 시에 더 많은 벌금을 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부터 서울 전 지역에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을 알리는 교통안전 표지판과 보도 부착물이 설치됐다.
아직 보행자의 스마트폰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나 구체적인 방안들이 정착되지 않은 시점이기 때문에 더더욱 보행자 스스로의 경각심이 필요하다. 최대한 보행 중의 핸드폰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또한 교육기관에서도 철저한 보행자 교육을 통해 보행 중 스마트폰 사용의 위험성을 알리고 예방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우리는 눈 뜨고 잠드는 순간까지 스마트폰에서 눈을 거두지 않는다. 당신의 두 발이 움직이고 있고, 그곳이 개방된 공공의 장소라면 당신을 제외한 모든 것이 장애물이 된다. 그는 타인에게도 해당한다. 당신이 스마트폰 좀비가 되어 있는 사이, 누군가는 당신을 피하느라 더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당신이 ‘전방 주시’ 그 단 한 가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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