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졸업 후 IT로 진출
가습기 살균제 논란으로 주목
친환경 제품 덕에 115억 매출 달성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사멸 인증까지
옥시 사태가 알려진 지 벌써 10년이 되어간다. 생활 화학 제품의 단면을 고스란히 보여준 이 사태는 소비자들을 친환경 제품에 눈뜨게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환경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이슈로 대두되면서, ‘천연’과 ‘안전’은 소비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단어로 자리 잡는다. 이러한 숱한 환경 이슈들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고 신뢰를 지켜온 이가 있다. 2004년부터 친환경 생활필수품을 선보이며 지난해 매출 115억 달성에 성공한 제이앤케이사이언스의 조금용 대표를 만났다.
◇ 115억 매출 달성을 도와준 주인공
제이앤케이사이언스가 세 자릿수 매출을 기록할 수 있었던 건 2018년 출시된 ‘세탁조 클리너(https://bit.ly/3KuYalx)’ 덕분이다. 일반적으로 세탁물에서 냄새가 나면 세제나 섬유 유연제를 추가할 뿐, 세탁기에는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조금용 대표는 여기서 문제점을 발견했다. “세탁기는 모든 집의 필수품인 만큼 우리 건강과도 그대로 직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종 세균들에 오염되어 있는 세탁기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 상태죠.”
세탁기 내부에 쌓인 세제와 섬유, 그리고 각종 찌꺼기는 되려 빨래를 오염시키고 있다. 오염된 옷을 입는 이들이 쾌쾌한 냄새와 피부 질환으로 고생하는 건 시간문제다. 세탁조 클리너는 이러한 악순환을 끊기 위해 탄생했다.
화학 성분이 아닌 천연 성분의 계면 활성제로 안전과 세정력을 모두 잡았고, 스파클링 입자를 더해 유해균을 99.9% 제거한다.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 시험 결과, 황색포도상구균과 대장균 그리고 곰팡이까지 살균되었다. 사람은 물론 세탁기의 건강까지 책임지는 셈이다.
효과를 입증한 덕분일까. 세탁조클리너는 자체 쇼핑몰은 물론 각종 온라인몰에서 판매 1위를 차지했다. 현재까지도 꾸준한 인기를 자랑하며 누적 판매량 300만 포 이상을 넘어가는 중이다. “세정력을 높이기 위해 제품의 성분으로 최적의 배합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테스트 과정들과 지속적인 효과 분석 덕에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IT 업계 최전선에서 활약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과학을 전공한 조금용 대표는 사실 제조업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제이앤케이사이언스 창업 이전까지만 해도 그의 사업 아이템은 모두 IT 업계와 맞닿아 있었다. 특히 그가 처음 창업했던 꽃 배달 서비스 ‘뉴스플라워’는 인터파크와 함께 1996년 국내 최초로 인터넷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기업으로 유명하다.
– 왜 꽃 배달 서비스였나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에는 이미 꽃 배달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었습니다. 반면 국내는 꽃 배달은 물론, 배달이라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죠. 꽃은 사랑을 전달하는 메신저일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관계에서도 주고받는 선물이 될 수도 있기에 특정 소비층을 사로잡기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소비자의 반응은 놀라웠다. 각종 행사와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주문이 빗발쳤다. 그의 예상이 들어맞은 순간이다. 그렇게 뉴스플라워는 세 자릿수 매출을 달성하며 대박 기업 반열에 올랐다. 이후 조금용 대표는 IT 소프트웨어 업계에 더 깊게 발을 들였다.
1998년엔 싸이월드의 공동창업자로, 2000년에는 상품 검색 소프트웨어 회사 ‘아담스미스’를 창업했다. 그러나 인터넷 붐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쇼핑(커머스) 시장은 다른 분야에 비해 사용자 경험과 절대 숫자가 미미했다. 이로 인해 아담스미스가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상품 검색 엔진은 빛을 보지 못했다.
◇ 사업 인생을 바꿔준 과감한 결정
“10년을 넘게 IT 업계에 몸담아왔지만, 아쉽게도 제가 원하는 결과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IT 분야가 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드니, 과감히 포기할 수 있는 결단력이 생기더군요. ” 그렇게 조금용 대표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찾아 나섰다. 단돈 70만 원으로 홀로 ‘제이앤케이사이언스’를 설립했다.
당시 태어난 아이를 위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이행해야 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도 아내는 그에게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최소한의 분유값만을 남겨두고 모은 1,000만 원으로 아마존에서 제품들을 구매했다. 아이디어 상품부터 국내에는 존재하지 않는 상품까지, 수백 개의 물건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제품을 분석해나갔다. 그때 그의 눈에 띈 제품이 제올라이트 탈취제다.
– 제올라이트 탈취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제올라이트는 화산석의 일종으로, 쌀 한 톨 크기의 표면에 무려 6,000개~10,000개에 이르는 구멍이 있는 암석입니다. 그 구멍으로 냄새 입자가 들어가 탈취 효과는 물론 습기 조절에도 도움을 주죠. 게다가 재사용도 쉽습니다. 열을 가하면 냄새 입자가 팽창하거나 분해되어 구멍에서 빠져나가게 됩니다. 햇볕에 말리거나 전자레인지에 한 번 돌리는 것만으로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할 수 있는 거죠.”
아이템은 발견했지만 IT업계에만 있던 그에겐 이를 사업화할 수 있는 지식이 턱없이 부족했다. 일단 조금용 대표는 전국의 제조업 공장을 발로 뛰며 사업 방식을 배워나갔다. “물론 공장에서는 저를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모르는 걸 물어보는 데 부끄러워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간 뒤에는 화학 공부에 매진하면서 최적의 조합을 찾고자 노력했죠.”
공장을 내 집처럼 드나드니, 어느새 사람들도 마음을 열었다. 날이 갈수록 질문 수준이 높아지는 그를 보며 사업가의 기질을 발견한 것이다. 조금용 대표는 여기에 힘을 얻어 카이스트 연구원들과 제품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끈기와 열정이 수준 높은 제품을 만드는 근간이 된 셈이다.
– 어떤 연구를 진행한 건가?
“기본적으로 구멍은 마이너스를, 냄새 입자는 플러스 극성을 띄기 때문에 탈취가 가능합니다. 그런데 냄새 입자의 크기가 작으면 구멍을 쉽게 드나들게 되면서 탈취 효능이 무용지물이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전자기파를 이용해 제올라이트의 마이너스 극성을 높이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제올라이트의 효능을 한껏 끌어올리게 된 것이죠.”
◇ 옥시 사태로 분위기 반전
조금용 대표는 친환경 생활필수품 브랜드 ‘에코후레쉬’를 런칭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대형 마트 입점도 꿈꿨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화학 탈취제는 액상이나 향을 통해 효과를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저희 제품은 실내의 대기 순환에 따라 효과가 발생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탈취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하죠. 그래서 소비자들 사이에서 ‘효과가 없다.’, ‘사기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했습니다.”
9,500원이라는 가격도 대형마트 관계자들이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에코후레쉬 탈취제는 일회용에 그치는 일반 탈취제와 달리 재사용이 가능하다. 2개월에 한 번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사용 기간이 무려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비용적 측면에서 6배 이상의 효과가 있는 셈이지만, 이미 완강한 유통업계를 뚫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그는 굴하지 않고 온라인을 새로운 표적으로 삼았다. 합리적인 소비자층으로 이뤄진 인터넷 이용자들을 공략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그런데 몇 년 후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2011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옥시 사태’ 때문이죠. 화학 제품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에코후레쉬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졌습니다.” 세탁조클리너(https://bit.ly/3KuYalx) 역시 계속된 친환경 선호 현상에 큰 주목을 받았다. 자연 유래 성분으로 안전함을 입증하고, 강력한 세정 효과로 제품력까지 인정받으며 단숨에 에코후레쉬 판매 1위 제품에 등극한다.
– 최근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주문량이 폭주했다고 들었다.
”살균 카테고리 상품들이 빠르게 소진되었습니다. 특히 ‘워터썸 천연 살균제’의 인기가 상당했는데요. 사실 출시 초반에는 반응이 그리 크지 않았던 제품인데, 올해 2월이 되자 단숨에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개인위생의 중요성이 얼마큼 커졌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인기를 증명해내듯, 지난 6월 29월에는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30초 내 99.8% 살균 및 사멸한다는 공식시험성적서를 통해 인증도 취득했습니다. 물과 소금, 단 두 가지 자연 성분을 전기분해하여 생산하기 때문에 화학성분도, 알코올도, 그리고 향도 없죠. 그래서 더욱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입니다.”
물론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응하면서 제품 개발과 생산 일정이 조금씩 밀리기도 했다. 이로 인해 전부터 준비한 신상품 론칭이 늦춰진 상황이다. 그러나 조금용 대표는 오히려 일정 지연 덕에 더 나은 상품을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기간이 될 것 같습니다. 소비자들의 주문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완성도를 높여 이번에도 안전하고 검증된 제품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 창업을 꿈꾸는 이들에게 한 가지 조언이 있다면
“창업은 단순한 사업의 시작입니다. 그러나 대부분 막연히 창업하겠다는 생각에만 그쳐, 그 앞으로 쉽게 나아가지 못하죠. 그래서 저는 ‘사업가’를 꿈꾸기보다는, 사업가라는 단어 앞에 형용사나 부사를 더했으면 좋겠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처럼 자신이 원하는 타이틀을 붙이는 거죠. 또한 처음부터 수익이 나오는 구조를 고려해야 합니다. 창업은 재미가 아닌, 성공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그 수익 구조를 실현 가능한 방안이 확실할 때 창업을 시작하기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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