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탐방 도중 발견한 월풀 욕조
생산 시스템 도입해 욕조 붐 일으켜
국내 최초로 하수구 트랩 제작
스테인리스 사용한 유일한 브랜드
동남아 건축 회사들이 먼저 찾는 제품
‘최초’라는 타이틀은 사실 그렇게 달콤하지 않다. 세상에 없던 제품을 소비자가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겨우 시장을 형성한 후에는 경쟁사의 등장으로 위기를 겪기도 한다. 그런데 이 어려운 길을 극복하고 국내 최초 제품의 명성을 이어나가는 기업이 있다. 하수구 냄새 차단 트랩 드레인 박사를 개발한 ‘도원드레인’이다. 2012년부터 도원드레인에 합류해 하수구 냄새 차단 트랩 상용화를 이룬 이지희 과장을 만나보았다.
◎ 국내에 월풀 욕조 붐 일으켰던 기업
도원드레인의 첫 시작은 욕실용품이었다. 욕조, 세면기를 생산하던 이지희 과장의 아버지는 1990년대, 더 좋은 제품을 찾아 미국으로 떠났다. 당시 미국에는 국내와 달리 월풀 욕조가 유행 중이었다. 가능성을 엿본 그녀의 아버지는 국내에 생산 시스템을 도입해 월풀 욕조 붐을 일으켰다.
그러나 점차 경쟁사가 늘어가고, 저렴한 중국산 제품도 국내에 들어오면서 도원드레인의 경쟁력이 약화하기 시작했다. 평소 배수구 제품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녀의 아버지는 새로운 돌파구로 ‘하수구 냄새 차단 트랩(https://bit.ly/3iqs4eN)’을 만났다. 그렇게 2009년 대한민국 최초로 하수구 악취 차단 특허를 등록할 수 있었다. 이지희 과장은 이러한 도원드레인을 이어받아 실질적인 관리를 하고 있는 중이다.
◎ 1년만 도우려다··· 제품에 대한 애착으로 6년째 근무 중
이지희 과장이 가업에 뛰어들게 된 건 지난 2012년부터다. 졸업 후 어학연수를 떠났던 그녀는, 타지에서 아버지의 회사가 힘들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처음에는 망설였습니다. 이 일을 계속해오신 아버지와 달리, 저는 제품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딱 1년만 돕고 저의 길을 가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녀가 회사에 들어왔을 때는 제품 판매에 더 주력해야 하는 시점이었다. 아직 제품에 대한 알려진 바가 없었기에, 국내에서 열리는 전시회에는 모조리 참여하며 홍보에 힘썼다. “설명을 위해 제품을 완벽하게 파악해야 했습니다. 저희 제품의 기술력에 자부심 갖게 되니, 어느새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렇게 이지희 과장은 다짐했던 1년이 흐른 후에도 회사에 머무르게 되었다.
◎ 특허만 17개, 스테인리스 사용한 국내 유일의 기업
그녀가 제품에 자부심을 느끼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도원드레인의 하수구 냄새 차단 트랩은 기술·디자인 등을 모두 포함해 17개의 특허를 보유 중이다. “물을 사용할 때만 차단 부구가 열리면서 배수를 도와줍니다. 배수가 끝남과 동시에 밀폐되기 때문에 하수구 냄새와 벌레를 모두 차단할 수 있죠.”
드레인 박사는 스테인리스를 이용한 국내 유일의 제품이기도 하다. 스테인리스는 플라스틱에 비해 단가가 높고 다루기도 까다로워, 경쟁사는 사용하지 않고 있다. 제작 초기 도원드레인 역시 스테인리스를 사용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특히 드레인 박사는 한 제품에 16개에 달하는 부품의 금형을 모두 제작해야 한다. 조립도 15번의 단계를 거쳐 타사 제품보다 공정이 복잡한 편이다.
“플라스틱이 생산 단가를 낮추고, 공정 과정을 줄일 수 있는 건 맞습니다. 그러나 스테인리스만큼 내구성이 좋지는 못하죠. 어려운 길을 가고 있다 생각될 때도 있었지만 소비자에게 기능 면에서 만족을 주기 위해 스테인리스를 고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 고집이 저희 제품만이 가진 장점이 되어 뿌듯합니다.”
◎ 마트·모델하우스까지 입점, 이젠 해외에서 먼저 찾는 제품
국내 최초로 개발된 제품이다 보니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2008년부터 전국에 있는 전시회를 참여해왔습니다. 제품 설명을 했을 때 소비자 모두 ‘기발하다’는 반응을 보이셨죠.” 그러나 실제 구매로는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제품이 익숙하지 않아 소비자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판매에 고전을 겪던 중 대한건축사협회가 드레인 박사를 먼저 알아봤다. 건축자재 규정에서 우수 자재로 선정이 된 것이다. 이후 하수구 냄새에 문제점을 느낀 소비자들 역시 도원 드레인을 찾기 시작했다. 기존에 주력했던 온라인 판매를 넘어, 최근에는 마트에도 입점한 상태다.
“입주 예정자의 요청으로 김해의 한 아파트 모델 하우스에도 저희 제품이 설치되었습니다. 완공이 되면 화장실 바닥과 베란다, 주방 등 아파트 내 배수되는 부분에는 모두 드레인 박사가 들어갈 예정입니다.” 해외 건축 회사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지는 건 마찬가지다. 특히 필리핀, 라오스, 태국 등 기온이 높은 동남아 지역에서 수요가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현지 건축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와 현재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좋은 CEO의 가장 중요한 덕목이 뭘까요?
“직원들이 일할 때 편한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원들이 제가 도원드레인에 뒤늦게 들어왔음에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직원들의 도움이 컸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저도 ‘내가 어떻게 더 잘해드릴 수 있을까’를 매번 고민하고 있죠. 이렇게 억압받지 않는 환경에서 서로 도우며 성장한다면, 자연스레 성과도 나올 것 같습니다. 저도 그렇게 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 창업 원하는 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저는 틀이 갖춰진 상황에 들어가 실질적인 운영을 맡는 중입니다. 예비 창업자에게 조언을 드리기 조심스럽죠. 도원드레인에서 경험한 7년을 돌이켜 말씀드리자면 ‘믿음’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있다면 언젠가는 꼭 빛을 보기 마련이니까요.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