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끝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겨울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바로 눈일 것이다. 하지만 이 눈이 달갑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운전자들이다. 눈길에서 자칫하면 차가 미끄러져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눈길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지자체 차원에서 제설 작업을 실시하는데, 이때 뿌리는 물질이 염화칼슘이다. 눈과 얼음을 녹여주는 고마운 존재지만 역설적으로 운전자들은 이 염화칼슘 또한 눈만큼 조심해야 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지 아래에서 살펴보자.
염화칼슘은 이름에서 볼 수 있듯이 염소랑 칼슘이 분자 결합을 한 화합물로, 습기를 흡수한 후 스스로 녹는 조해성이 있다. 공업용으로 많이 사용하는 탄산나트륨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많이 나오는 데다 석회석에 염산을 반응시키기만 해도 쉽게 만들 수 있다 보니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위에도 언급했다시피 제설하는 데 흔히 사용하며, 제습제, 나트륨 대신 활용할 수 있는 식품첨가물, 의약품 원료 등으로도 활용된다. 독극물은 아니지만 사용할 때 주의가 필요한 물질로, 피부에 묻으면 조해성 때문에 건조해지고 자극이 생길 수 있다.
염화칼슘으로 제설하는 원리는 다음과 같다. 위에서 언급한 조해성을 활용한 것으로, 염화칼슘이 눈에 뿌려지면 주변의 수분을 흡수해 녹으면서 열을 발산한다. 수분을 흡수할 때 눈을 녹이고, 열을 발산해서 또 녹이는 것이다.
이렇게 녹고 난 뒤에는 ‘어는점 내림’ 현상이 일어나 다시 얼음으로 얼지 않게 만든다. 순수한 물은 0도에서 얼지만, 염화칼슘이 녹은 물은 -52도가 되어야 얼기 시작한다. 눈이 쌓인 뒤에 뿌려도 제설이 되지만 눈이 내리기 전에 미리 뿌려두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는 강설 예보가 있을 시 미리 뿌리는 것을 매뉴얼로 하고 있다.
염화칼슘이 뿌려진 도로를 주행하면 차량 하부 등에 염화칼슘이 묻게 되는데, 당장은 별문제가 없겠지만 오랫동안 방치해두면 부식이 일어나는 문제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염화칼슘이 수분에 의해 녹으면 이온화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것이 전해질 역할을 해 자동차의 주재료인 철을 산화시킨다. 이를 부식이라고 하며, 이렇게 생성된 산화철은 순수 철보다 강도가 약하다.
또한 물에 녹은 염화칼슘이 아스팔트를 약하게 해 포트홀을 유발한다. 눈이 많이 오는 지역에서는 이 때문에 여름보다 오히려 겨울철에 포트홀을 더 많이 볼 수 있는 경우도 있다.
염화칼슘은 토양을 알칼리화해 식물을 고사시키기도 한다. 도로 중앙이나 가장자리에는 미관을 위해 화단이나 가로수를 조성해두는데, 염화칼슘이 녹은 물을 차가 튀겨내면서 화단에 있는 식물이나 가로수에 영향을 준다.
염화칼슘의 부작용은 널리 알려져 있으며, 대체 제설제도 개발되어 있고 활용도도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서는 골칫거리라고 불리는 불가사리를 활용해 제설제를 만들어 주목받은 바 있다. 하지만 대체 제설제보다 염화칼슘이 훨씬 저렴하고 대량 생산도 유리하다 보니 아직은 염화칼슘이 제설제로 많이 사용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눈길을 운전하는 운전자들은 염화칼슘으로 인한 차량 부식 예방에 신경을 쓰는 것이 좋다. 우선 외장에 도장이 벗겨져 철판이 노출되었는지를 살펴보자. 노출된 철판에 염화칼슘이 묻게 되면 부식이 일어나는데, 한번 부식이 일어나면 주변으로 점점 퍼진다. 특히 휀더나 사이드실 쪽에 부식이 잘 일어난다. 붓펜이라도 발라 외장 철판 노출을 막자.
차량 하부 역시 부식에 취약한 부분인데, 언더코팅을 하면 예방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언더코팅제에는 고무나 타르 등의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들이 철을 코팅해 줌으로써 물과 산소, 기타 전해질들의 접촉을 최대한 차단해 준다.
눈길을 주행한 뒤라면 세차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다행히 염화칼슘은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물만 구석구석 잘 뿌려주면 염화칼슘이 잘 씻겨 내려간다. 특히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하부를 잘 세척해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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